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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가 헤어지자고 함

관리자2026. 09. 07.조회 2#赤怒
손 안에 들어온 목은 가늘고 부드럽고 맥이 팔딱대며 어지럽게 뛰었다. 직계의 도키는 그것이 마치 겁먹은 토끼나 쥐새끼 따위의 맥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직계? 직계에...? 저기, 직계님...?” 마스크 더 레드는 애처롭게 도키를 불렀다. 그는 지금 도키의 손에 목을 내맡기고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발끝이 지면에서 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바들바들 발치를 들어 겨우 완전히 허공에 뜨는 것만을 피하고 있던 레드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왜,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아...?” 도키는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조금 궁금해졌다. 레드의 눈동자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거기에 비친 자신은 즐거운 듯한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헤어지자‘라고 고별을 고했던 것은 마스크 더 레드 쪽이었다. 그것도 식사 중에 일방적인 통보. 정인에 대한 예의라고는 손톱만치도 찾아 볼 수 없는 이별이었다. 도키는 그때를 생각해보면 순식간에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그렇게 먼저 이별을 고한 주제에 어째서 울고 빌고 매달리지 않느냐며 마스크 더 레드는 화를 냈다. 도키는 처음으로 레드가 때리고 싶어졌었다. 그리고 다음 날, 레드는 기세등등하게 뛰쳐 들어와서 도키의 밥상을 뒤엎었다. 레드 왈, 아무리 둔해도 실연한 사람이 다음 날 목구멍에 밥이 넘어갈 리가 없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화를 낼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도키는 조용히 축객령을 내렸다. 불청객은 순순히 떠나지 않았다. 마스크 더 레드를 쫓아내는 과정에서 혈풍련 여럿이 중상을 입었다. 그 다음 날은 십걸집 회의가 있었다. 레드는 회의실의 긴 발판 위에서 도키를 떠밀려 들었다. 도키는 그 때 레드의 표정이 어떤 표정이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기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얼굴이다. 저럴 때의 레드는 억지를 쓰면서 남들 괴롭히곤 했는데 지금은 표적이 도키인 모양이었다. 도키는 사귀지도 않는 자의 생떼를 받아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레드가 날려대는 각종 암기엔 눈길조차 주지 않고 튕겨내었다. 방향을 잃고 날아간 표창에 옷자락을 찢긴 피츠카랄도가 ‘사랑 싸움은 집에 가서 하라’고 투덜거렸다. 도키가 ‘우리는 더 이상 정인 사이가 아니다.’ 라고 답했을 때 레드는 완전히 토라져서 회의실을 뛰쳐나갔다. 아무도 그 가련한 등을 붙들지 않았다. 도키가 몇 년간에 걸친 호모연애, 사람에 따라서는 연애라고 해 주기 힘든 착취를 청산했다는 게 알려지자 속속 선 자리가 들어왔다. 직계의 도키는 집안도 빵빵하고 재산도 많은데다 집 평수도 넓으며 엄청난 월 수입을 벌어들이는 남자였으므로, 결혼한 여자의 사회생활을 인정해 주지 않을 것 같은 가부장적인 가풍만 제외하면 맞선시장의 일등 남편감이었다. 도키는 레드와 사귄 이래 뚝 끊겼던 제안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며 생각에 잠겼다. 집안에서는 슬슬 결혼하여 후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압박을 넣고 있었다. 빅파이어님의 직계 혈손으로서는 아이를 낳는 일 또한 의무라는 압박이었다. 도키는 신부 후보감들의 초상화를 매일 열 장도 더 들여 보았다. 서기 2035년에 사진 대신 초상화를 요구한 아날로그적인 일등 남편감은 여자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이 여자는 너무 눈매가 둥글고 선하군. 나는 좀 더 앙칼진 쪽이 좋은데. 그리고 좀 못되먹어보이면 좋겠군. 이 여자는 너무 턱 선이 갸름해. 내 취향은 오동통한 뺨 쪽이다. 프로필에 적힌 간략한 성격을 보면 불만은 더 커졌다. 하나같이 알뜰하고 조신하고 얌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도키는 그런 신부감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정작 같이 평생을 살 거라고 생각하면 그보다는 좀 더 활기찬 성격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하하하하하하! 도키 네 이놈, 나를 그렇게 버리고도 네놈의 밤이 평안할 거라고 생각했느냐!” 예를 들면 헤어진 남자의 침실 벽을 부수고 침입할 정도로 활기찬. 무너진 벽 너머로 보이는 레드는 입이 찢어져라 벌린 채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앳된 선이 남은 둥근 뺨이 무색하게도 웃음소리만은 호방한 장부 그 자체. 눈이 어지럽게 휘날리는 붉은 머플러 아래로 새까만 정장을 두른 몸이 자리했다. 탄탄한 선을 그리는 가슴 아래로 한 품에 안길 법한 허리가 이어졌으나 그 밑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반신이 바위 같은 것에 파묻혀 있기 때문이다. 레드가 자랑하는 암석 골렘인 빅 골드다. 도키는 대체 무슨 이유로 BF단의 병기까지 꺼내 타고 온 것인지 의아해졌다.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사이, 3층 건물 높이는 될 법한 거대한 거인이 무릎을 꿇었다. 손을 뻗은 빅 골드는 도키의 침실 지붕을 장난감 모형이라도 되는 양 가볍게 해체했다. 빅 골드가 드러난 도키를 손으로 짓누르려고 들었을 때, 도키는 지체 없이 손가락 사이의 틈으로 뛰어올랐다. “...아닛?!” 머리 위에서 경악한 목소리가 들렸다. 십걸집을 그런 단순한 공격으로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한 때는 레드의 잦은 실수가 귀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도키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빅 골드의 손등을 밟고 올라 그대로 타고 달렸다. 거인은 탑승자의 당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동작으로 팔을 휘둘러댔다. 모기를 쫓듯 허우적거리는 움직임이었으나 지지대 하나 없이 팔위에 매달린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센 풍압 속에서 위아래가 초 단위로 바뀌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내 공격을 피하다니 제법이구나! 하지만 빅 골드에 올라탄 이상 네놈이 도망칠 곳은 없다!” 레드는 금방 냉정을 되찾고 대응을 해 왔다. 빅 골드가 도키를 몸 위에 올라앉은 모기를 잡듯이 철썩철썩 내려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기엔 상당히 우스운 동작이었으나 공격하는 레드도, 올라 탄 도키도, 아래에서 보고 있는 혈풍련 떨거지들도 모두 진지했다. 쌍방이 모두 경지에 이른 강자인 이상 한 순간의 실수가 생사를 갈라놓는 것이었다. 도키는 대체 왜 이 한 밤중에 예비 아내감을 고르다 말고 끌려나와 이런 대결을 펼쳐야 하는지 의아스러웠지만 레드는 무자비하게 암기까지 들었다. 별처럼 쏟아지는 암기 무더기를 수갑으로 쳐 내면서, 도키는 옹기종기 모여 든 수하들에게 좋은 견학 기회가 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마음먹었다. 승패를 가른 것은 일순간이었다. 빅 골드의 손과 레드의 수리검을 동시에 피한 결과 도키의 몸은 허공에 떴고, 그대로 균형을 잃고 추락했다. 저 정도 높이에서 추락한다고 죽는 십걸집은 없겠지만 이것은 레드와 도키의 자존심 승부나 다름이 없다. 직계의 도키가 집까지 쳐 들어온 자를 물리치지는 못할망정 바닥을 나뒹굴게 되다니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혈풍련의 입에서 약속이나 한 듯 탄식이 샜다. 마지막 발악이라도 도키의 손에서 칠절곤이 뻗어 나갔다. “와하하! 직계, 더는 내 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 순간, 도키는 칠절곤이 박힌 부분을 축으로 삼아 크게 회전, 사뿐히 빅 골드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와하하...켁, 직계?! 끅...!” 도키는 레드의 목을 틀어쥐고 들어올렸다. 레드의 몸이 빅 골드에서 무 뽑듯 뽑혀 나왔다. 탑승자를 잃은 빅 골드의 거대한 몸이 지진 같은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도키가 레드의 몸을 트로피마냥 들어보이자 아래에서 함성이 올랐다. 아랫것들 앞에서 수치를 당하게 된 레드가 그 와중에도 빽 소리를 질렀다. “직계, 감히 내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는 거냐...?! 십걸집을 남들 앞에서 망신을 주다니! 그러고도 네놈이 십걸집이라고 할 수 있나! 절대 곱게 넘어가지 않을 테다! 각오해라!” “...먼저 내 집을 습격한 것은 네놈 아니냐.” “...윽... 그것은 대련이라고 치면 문제없음! 하지만 네놈이 한 짓은 십걸집 전체의 명예 문제다! 십걸집 재판에 회부시킬테다! 그러고보니 네놈, 뭘 보고 있었지? 결혼해서 도망 칠 셈이냐? 즐길 것 다 즐긴 다음 결혼은 여자랑 하겠다 이거지! 분하다! 꽃뱀인 네놈이 날 유혹하고 따먹고 버렸다고 민사소송도 걸 테다! 정신적 위자료도 요구할테... 끄악!” 도키는 짧게 명치를 올려치고는 주먹을 탈탈 털었다. “상황 파악도 못하고.” “네... 네놈이 감히... 흑.. 끄흑... 나에게... 어떻게..... 으흐으윽..... 두고 봐라... 이 빚은 반드시.....!” 레드의 얼굴이 처량 맞게 일그러졌다. 가면 아래로 보이는 눈가가 붉게 물들면서 순식간에 송글송글 액체가 맺힌다. 입도 엉엉 울려는 걸 겨우 참고 있는 듯 입매가 떨리고 있다. 어깨도 최대한 가련하게 모아져 바들바들 떨린다. 다 큰 남자가 한 대 맞았다고 짓는 표정이라기엔 지나치게 징그러운 감이 있다. 금방 손을 놓고 사과해 줄 거라는 레드의 기대를 배신하고, 도키가 처음으로 무표정이 아닌 다른 표정을 지었다. “............직계니임....?” 만면에 미소. 한 때 연인이었던 레드조차 처음으로 본 직계의 도키의 웃는 얼굴이었다. 레드는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뱀 앞의 쥐처럼 뻣뻣이 굳었다. 차라리 야차처럼 일그러진 얼굴이나 헤어지던 순간에도 변함없던, 무시당하는 기분이 드는 무표정 쪽이 나을 텐데. 생전 처음 웃어보는 사람 같기도 하고 입 꼬리만 억지로 끌어올린 것 같기도 한 웃음이었다. 귀엽다거나 다정하다거나 사랑스럽다거나 기타 긍정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도키는 그런 웃음을 띄운 채 레드를 생전 처음 보는 생물마냥 찬찬히 관찰하고 있었다. 심장이 아래로 덜컹 떨어지는 것 같고 피부에 소름이 돋으면서 전신의 피가 식는 것 같은 기분 속에서 레드는 히끅히끅거리며 울음을 그쳤다. “왜,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아...?” “사귀고 있을 때는 몰랐다만 네놈은 정말 후안무치하고, 무례하고, 정도를 모르고.” “죄..죄송... 잘못.....” “귀엽기만 하면 다인줄 알지.” “......!” 레드는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울그락푸르락 하던 얼굴에 미미하게 복숭앗빛 물이 오른다. 수줍은 듯 몸을 배배꼬는 레드를 무심하게 짤짤 흔들면서 도키는 한숨을 쉬었다. 도키는 레드의 화는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했다. 대체 왜 차인 쪽이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레드는 사귀고 있을 때의 자신을 기만한 것이니 연애기간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키는 레드를 한 대 더 때렸다. 그는 레드가 해야 할 말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좋은 말을 해 줄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건 그 역시였다. “나는 네가...” “네가?” “정말로 귀찮다만.” “우아아아앙!” 어째서 이런 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떠올려보자면 레드의 탓이라고밖에 할 수가 없다. 그간 겪었던 사고만 손에 꼽아도 열 손가락에 이른다. 그 끝에서 얻은 이득이 레드의 울먹거림을 보고 즐길 수 있는 무정함이라고 하면 레드는 다시 우아앙 눈물을 터트릴지도 모른다. 그것도 나름 기대된다고 도키는 생각했다.
이런 전개일때는 도키레드가 아니라 레드도키인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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