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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박 도키 Au

관리자2026. 09. 07.조회 4#赤怒
사흘밤낮으로 접전이 있었다. BF단이 정복한 도시를 되찾기 위해 국제경찰기구가 군대를 보냈다. 전투가 끝났을 때 도시에는 폐허밖에 남지 않았다. 구하러 온 자들과 지배하던 자들이 모두 물러간 텅 빈 도시에서 도키는 발치에 굴러온 머리를 주워들었다. 아직 어린 여자아이의 머리였다. 도키가 손을 펴면 한 손으로도 다 감싸 쥘 크기의 동그란 머리통이 피에 범벅이 되어 있었다. 도키는 가능한 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죽은 사람에 대해 큰 감상을 느끼는 남자는 아니었다. 어린아이라고 해서 딱히 더 큰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도키는 아이의 뜬눈을 감기고는 다시 땅에 내려놓았다. 나중에 경찰기구에서 수거해 갈 것이다. "폭탄이라도 안에 박아넣고 보낼 걸 그랬나? 쥐자마자 팍 터지게." 도키는 고개를 돌렸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마스크 더 레드는 머리를 주워 든 남자를 흥미진진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레드는 사람의 머리를 자주 자르지 않는다. 그의 살인은 골렘으로 짓밟는데서 대부분이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레드가 날붙이를 꺼내드는 일은 그만한 실력자를 상대로 할 때를 빼면 소소한 취미 때문이다. 거기엔 저항할 수 없는 어린아이의 목을 썰어다 집어던지는 것 따위가 포함된다. 어떠냐, 너희가 구하려 한 자들도 모두 죽었다. 악의넘치는 도발이었다. 이런 도발을 당한 자들은 분노에 차서 덤벼들다가 살해당하곤 했는데, 지금 머리를 주워 든 남자는 덤벼들기는 커녕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레드는 심사가 꼬이는 기분으로 돌을 걷어찼다. "네놈은 뭐냐? 양산박 놈들은 모두 철수했는데 네놈은 무슨 목적으로 남아있는 거냐?" 도키는 혈풍련의 생존자를 찾던 중이었다. 같이 이곳에 투입된 엑스퍼트 중에서도 혈풍련이라는 집단은 도키 개인에게 소속된 자들이었다. 평소라면 전투가 끝난 후 알아서 집결하는 것이 당연했으나 이번엔 건물 붕괴로 빠져나오지 못한 자들이 몇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 실제로 도키는 잔해 속에서 다리가 부러졌거나 돌더미에 깔린 자들을 너댓명은 파 냈다. 도키는 돌가루가 묻은 손을 몇 번 툭툭 털다가 칠절곤을 쥐었다. 대답해 줄 이유가 없는 일이기도 했고, 저 쪽이 이 쪽의 전력을 구해가는 일을 좋아할 것 같지도 않았다. 레드는 난데없이 눈 앞으로 날아든 무기를 살짝 뒤로 뛰어 피해냈다. "...뭐냐, 무시한다 싶었더니 다짜고짜 공격인가? 예의가 없군. 내가 물었잖아. 할짓도 없는 곳에서 대체 뭘 하느라 기어다니고 있...." 말이 끊어진 것은 레드의 뺨에 핏, 하고 작은 소리와 함께 상처가 났기 때문이다. 풍압이 긋고 지나간 상처였다. 레드는 턱을 타고 흐르는 핏물을 잠시 바라보다가 도키를 바라보았다. 도키는 아무 말 없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자세로 돌아가 있었다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는 얼굴이었다. 내내 웃는 얼굴로 재잘거리던 레드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상처를 냈다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난 방심을 하고 있었다. 네가 내게 상처를 낸 건 그저 요행일 뿐이라고. 구대천왕도, 이름이 알려 진 것도 뭣도 아닌 졸병이 이 마스크 더 레드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도키는 남자의 표정이 꼭 칭얼거리는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 큰 성인이 적 앞에서 꼴사나운 소리를 한다 싶었다. 도키는 제 부하였으면 한 소리 해 줬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남자와의 거리를 쟀다. 칠절곤을 끋까지 뻗어도 닿지 않고 먼저 뛰어들자니 상대가 어떻게 나올 지 알 수 없다. 마스크 더 레드라는 남자는 그 아슬아슬한 간격의 밖에서 무기를 꺼내들었다. 등에 긴 도를 매고 있는 것과 달리 남자의 손에 들린 것은 표창이었다. 너는 나를 공격할 수 없어도 그 반대는 가능하다고 말하는 듯한 으스대는 표정을 한 남자가 다시 재잘거렸다. "뭘 하고 있었지? 대답여하에 따라 귀찮으니까 그냥 보내 줄 수도 있어. 나는 네놈이 여기서 뭘 했다고 쳐도 그보다 내가 무시당하는 게 더 싫다고. 사실 나는 네가 뭘 하고 있었는지도 좀 알 것 같아. 반시체나 시체를 파내고 있었잖아. 구조활동이라고 치기엔 혼자만 하고 있는게 이상하고, 거기다 시민들 시체에는 손도 안 대잖아. 시험삼아 여자애 목을 잘라서 던져봤는데도 가만히 있고. 양산박 놈들 중에서 이런 짓 해도 가만히 있는 놈은 처음 봤어. 그럼 뭔가 다른 목적으로 투입된 엑스퍼트가 아닐까! 싶어지는 거지. 누구 중요한 사람이라도 죽었어? 요인의 시체라도 찾는 중이야? 파낸 놈들이 다 비슷한 옷을 입고 있던데. 동료라서 구하는 건가? 사람 시체에는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놈이? 으응?" 도키는 남자가 정말 말이 많다고 생각했다. 무기를 쥐고 대치한 상태에서, 굵은 저음의 목소리로 종알거리는 말인데도 기묘하게도 새가 재잘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작은 종달새라기보단 까마귀가 어지럽게 깍깍대는 느낌에 가깝다. 하지만 어쩐지 전의를 상실하게 하는 면이 있어서, 도키는 대답을 해 주기로 했다. 도키는 칠절곤을 들어 바닥에 지익지익 그었다. 세 글자였다. 혈풍련. 레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혈풍련이라면 암살 조직 중 하나로, 성향은 다르지만 닌자와는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암살자리고는 하지만 은밀함 임무 수행보다는 단체로 쳐들가는 살인집단에 가깝고, 역사가 오래 된 조직이 늘 그런 것처럼 꼬장꼬장한 데가 있어 중립을 지키는 곳이었다. 더 큰 단체에 속할 성격이 아닌데 양산박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레드도 의아해했었다. 레드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눈 앞의 말 없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새로운 주인이 올라갔다는 말은 들었었지만 이렇게 새파란 젊은이일 줄은 몰랐다. "혈풍련의 시체만 파 내고 있는 거야? 부상자랑?" 도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드는 정말로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동료애야? 그런 게 있는 건가?" 도키는 잠시 눈을 굴리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애라기 보단 책임감에 가깝지만 굳이 설명해 줄 필요는 없다 싶었다. "아. 건물은..." 레드는 그제야 배부른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짓고는 잡은 쥐를 보는 듯한 눈초리로 도키를 흝어보면서 "내가 부쉈지." 라고 말했다.
양심뒤진 개자식 싸패킹 레드를 보고싶었던 듯 합니다. 그게 귀여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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