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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자세

관리자2026. 09. 07.조회 1#레드피츠
양산박에서 돌아온 날 마스크 더 레드가 드물게 진중한 목소리로 고했다. 우리의 동지였던 멋진 피츠카랄도는 사망하였다. 직계와 내가 마지막 모습을 확인했다. 그는 돌에 갇혀 죽음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고 동료에 대한 예우로서 그의 가는 길을 평안히 해 주었다! 그도 감사했을 것이다, 하고 끝을 맺었을 때 도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럴 리가. 피츠카랄도의 죽음은 고요하게 퍼진 후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십걸집의 일원이었던 남자의 죽음을 남은 7명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것은 죽은 이의 영향력이 약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충격의 알베르토라는 큰 별이 진 자리 옆에서 그의 존재감이란 별똥별보다 못했기 때문이었다. 추모할 시간도 없었다. 알베르토의 삶과 죽음은 거대했고, 남은 자들에게는 빈 자리를 메울 수고가 남았다. 하지만 레드는 바로 곁에서 임종을 지켜본 자의 예우로서 죽은 사람을 기억했다. 살인자의 기억이었다. 당신은 어차피 중간에 있다. 그리고 벗어나지 못한다. 레드는 피츠카랄도의 손가락을 떠올렸다. 손가락이 길고, 마디가 억센 감이 있는 남자다운 손. 티가 나지 않는 선에서 곱게 쓰고 관리한 손이다. 방아쇠 당기는 것 외엔 험한 일 한번 해 본 적 없는 손에선 귀티가 흐른다. 레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몇 번 깜빡였다가 이상하다는 듯이 웃었다. 어떻게 그와 너를 비교하지? 거기엔 가장 치명적인 오해가 있었다. 레드는 피츠카랄도를 향해 호감을 가진 적이 없다. 닌자의 비정한 마음 속에는 동료애조차 싹 튼 적이 없었다. 레드는 피츠카랄도가 사망한 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궁금함을 떠올렸다. 그는 대체 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을까. 도키는 레드를 보고 따라나갈까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는 원래 남이 부탁하기 전에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잠시 후 급한 연락이 날아들었다. 꽃을 사다 줘. 도키는 무슨 꽃이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국화를 준비하게 했다. 그가 달려갔을 장소는 명백했다. 격전지에 당도했을 때, 그 곳은 조용한 폐허인 채 그대로라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피츠카랄도의 시체만이 흐른 시간을 증거하듯 허물어지고 있었다. 썩어가는 시체가 곷 마냥 꽂힌 바위 위에 웅크리고 앉은 레드는 자랑스러워 보였다. 자랑할 지 말지 전전긍긍하며 아껴왔던 보물을 드디어 공개한 아이처럼 웃으며 레드는 두 팔을 벌렸다. 경극배우같은 동작이었다. "직계, 키스하자!" 도키는 고개를 저었다. 레드는 별 실망 없이 팔을 갈무리하고는 작게 웅크리고 앉았다. 그대로 고개를 제 몸보다 더 깊이 숙여 시체와 눈을 맞추는 모습이 새까만 까마귀를 연상시켰다. 썩는 냄새가 났다. 부취에 코가 떨어질 지경이야, 하고 하하 웃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생기발랄했다. 도키는 레드가 시체의 눈동자를 파 먹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이미 새에 파 먹혀 뻥 뚤린 구멍에 눈을 맞추며 레드가 웃었다. “내가 거기에 그냥 너를 놔뒀다면. ” 레드는 한가로이 운을 뗐다. 너는 굶어죽었을 거다. 불에 타서 죽는 게 세상에서 제일 괴롭다지만 굶어죽는 것도 엄청 괴롭다는 거 알아? 아니면 양산박의 개놈들에게 포로로 붙잡혀서... 뭐 인체개조같은 걸 당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대로 살해당하는 게 가장 행복한 결말이었을 걸. 왜냐하면 내겐 널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 전혀! 조금도 없었으니까! 조금 더 애처롭게 말해보지 그랬어... 비굴하게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면, 그래, 구걸을 하면서, 신께서 입히신 이 추악한 살을 뼈에서 벗겨주세요... 되는대로 늘어놓던 남자는 비꼬인 어조로 말을 추가했다. 애 낳는게 불타죽는 거 만큼 아프다던데, 임신이라도 시켜 볼 걸 그랬나. 시체는 말이 없었다. 레드는 피츠카랄도를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문드러져가는 얼굴에서 어이없다는 듯 비틀리는 근육의 움직임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그에 남자는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 너는 날 잘 실망시키더라. ’고 중얼거린 후 친구와 함께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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